저소득층 복지

저소득층의 계층 상승을 돕는 제도 설계 비교: 한국, 미국, 덴마크, 싱가포르 사례 중심

ideasnew1 2025. 7. 12. 12:00

오늘날 복지정책의 핵심은 단지 가난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복지의 목적은 저소득층이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더 나은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생존을 넘어 자립, 자립을 넘어 계층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복지는 오히려 빈곤의 고착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저소득층 계층 상승 복지

하지만 실제로 저소득층이 교육, 고용, 자산 형성 등에서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는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 설계 자체가 계층 상승을 유도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한국, 미국, 덴마크, 싱가포르의 저소득층 계층 이동 지원 정책을 비교하여, 어떤 국가가 실질적으로 사다리를 작동시키고 있는지 분석한다.

한국 – 다양한 시도는 있으나 연계성과 지속성이 부족

한국은 저소득층의 계층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내일채움공제, 자산형성지원사업(희망키움통장·청년희망적금)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취업을 준비하는 저소득층에게 월 5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과 직업훈련, 취업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산형성지원사업은 일정 저축을 하면 정부가 매칭 형식으로 추가 적립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대부분 단기성과를 목표로 하며, 일정 기간 수급 후 종료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층 이동 효과를 내기 어렵다. 또한 사업 간 연계성이 부족해, 구직지원–취업–자산축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수급자가 복지제도에서 이탈하면 곧바로 보호도 종료되는 구조다.

또한 일하는 빈곤층(워킹푸어)의 경우 근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에서 배제되거나, 지원금이 삭감되는 구조가 존재한다. 결국 저소득층은 일하더라도 실질적인 계층 상승이 어렵고, 복지제도가 자립을 돕기보다는 일정 소득 이하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미국과 덴마크 – 조건 중심 vs 보편 복지 기반의 차이

미국은 대표적으로 TANF(Temporary Assistance for Needy Families)와 EITC(근로장려세제)를 통해 저소득층의 자립을 유도한다. 특히 EITC는 일을 할수록 세금 환급을 통해 실질 소득이 증가하는 구조로, 저소득층 근로자에게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된다. 또한 미국은 대학 등록금 보조,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지원, 고용 훈련 프로그램 등 교육 기반의 계층 이동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복지정책의 문제는 조건 중심 구조와 주별 격차다. 일정 시간 이상 근로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모든 지원이 중단된다. 또한 장기적인 복지 이탈 이후의 자립 설계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게다가 각 주별로 정책 집행이 달라 복지 사다리가 지역에 따라 불균형하게 작동한다.

반면 덴마크는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을 통해 저소득층이 스스로 계층을 상승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시민은 무료 교육, 의료, 직업훈련을 이용할 수 있으며, 실업급여와 생활비 지원이 안정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덴마크는 특히 노동시장과 복지가 긴밀히 연계돼 있어, 구직자에게는 전문 상담사가 직무 적성에 맞는 교육과 취업을 중개하고, 이후에도 고용 유지와 소득 향상까지 추적 관리한다. 이는 복지가 단순한 ‘생계 보조’가 아니라 실질적 이동을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 – 자산 중심의 계층 이동 전략과 국가 주도의 사회 사다리

싱가포르는 저소득층 계층 상승을 위한 국가 주도의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는 중앙적립기금(CPF: Central Provident Fund)으로, 이는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국가가 이를 주택 구입, 교육, 의료, 노후자산 등으로 활용하도록 설계한 구조다. 특히 저소득층에게는 추가 매칭 지원금이나 주거보조가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또한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정책(HDB)을 통해 저소득층도 주택을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자산 기반을 마련해준다. 주택 소유는 단순한 거주 개념을 넘어, 계층 상승의 핵심 경로로 작용하며, 정부는 이를 활용한 정책적 계층 유동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교육 측면에서도 국가 차원의 ‘학생 맞춤형 장학금’과 ‘진로 맞춤 진학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으며, 가난한 가정의 자녀도 상위 학교 진학 및 직업 선택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은 국가 주도성에 대한 비판사회적 다양성 부족 문제를 동반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사다리의 존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를 수 있는 구조’다

저소득층의 계층 상승을 유도하는 복지제도는 단순히 돈을 주는 것보다 ‘기회 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결정된다. 한국은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단기 중심·조건 중심·제도 간 분절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계층 이동 효과는 낮은 편이다. 미국은 근로 유인을 강조하지만, 복지 이탈 이후의 삶까지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반면 덴마크는 보편성과 직업 연계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 이동 설계, 싱가포르는 자산 축적과 주거 기반을 활용한 장기 전략을 통해 저소득층의 ‘탈빈곤 그 이후’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덴마크는 복지 제도가 소득 보전에서 출발해 역량 강화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앞으로 복지는 단순히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복지의 사다리는 존재하는가보다,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