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선진국인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 저출산, 양극화라는 사회 문제 속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유사한 경제 구조와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복지 시스템의 역사와 운영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정책은 정책 설계 철학부터 대상 기준, 실행 방식, 그리고 국민 체감도에 이르기까지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은 선별적 복지 중심의 제도 구조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급여 중심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은 지방정부 중심의 분권화된 복지체계를 바탕으로 서비스 제공의 유연성을 추구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저소득층 복지정책을 현금지원, 의료복지, 주거지원의 세 가지 주요 영역으로 나누어 비교하고, 양국이 어떤 철학과 전략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현금지원 정책 – 한국의 기초생활보장 vs 일본의 생활보호제도
한국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대표적인 현금지원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다. 이 제도는 생계급여를 중심으로 의료·주거·교육 급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수급 자격이 결정된다. 2025년 기준,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0% 이하인 가구가 대상이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대부분 폐지되어 접근성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이 복잡하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정부는 매년 급여 수준을 현실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위기 상황의 저소득층에게 일시적인 현금 및 물품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대표적인 저소득층 생계지원 정책은 생활보호제도(生活保護)다. 이 제도는 국가가 최저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법정 복지제도이며, 신청자의 생활비, 주거비, 의료비 등을 포괄적으로 지원한다. 일본은 전국 공통 기준이 존재하지만, 실질적 집행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다. 가장 큰 특징은 ‘신청주의’ 원칙으로, 수급자는 자신이 제도 대상임을 인지하고 스스로 신청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재산, 가족지원 가능성, 노동능력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지원 여부를 판단하며, 한국보다 신청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일본의 생활보호제도는 제도상 포괄성이 높지만, 실제 수급 비율은 매우 낮다. 복지 신청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지방 공무원의 까다로운 심사 문화가 제도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반해 한국은 행정기관의 권한이 강하고, 복지 정보가 상대적으로 중앙정부를 통해 통일적으로 전달되어 접근성이 비교적 나은 편이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공통적으로 '눈치보는 복지'와 '낙인효과' 문제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복지 – 공적 의료급여와 민간보험의 공존
한국의 저소득층 의료복지는 의료급여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국민건강보험이 모든 국민을 포괄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의료급여 제도를 통해 국가가 직접 의료비를 부담한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진료비의 대부분을 지원받으며, 급여 항목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없거나 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비급여 항목이 많은 현실과 민간 실손보험 의존 구조는 여전히 저소득층에게 의료비 부담을 남긴다. 또한 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구조적인 문제다.
일본은 국민건강보험(国民健康保険) 체계가 기본이지만, 생활보호 수급자에게는 별도의 의료보호가 적용된다. 수급자는 병원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며, 본인부담금이 없다. 의료서비스의 질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본은 전반적으로 1차 의료 인프라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저소득층도 기본 진료를 받기 쉬운 환경이다. 예방의료나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지자체 주도로 운영되며, 고령자 중심의 방문진료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의료에 대한 철학에서 한국은 비용 보전 중심의 정책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일본은 예방 중심과 지역 밀착형 보건소 시스템을 통해 ‘사전 대응’의 색채가 강하다. 특히 일본은 지역사회 중심의 케어시스템(地域包括ケア)을 통해 고령 저소득층에게 의료·복지·돌봄이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한국이 참고할 부분이 많다.
주거지원 – 공공임대 중심의 한국과 민간연계 모델의 일본
주거복지 부문에서도 두 나라는 다른 방식으로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은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중심으로 저소득층 주거복지를 추진한다. 여기에 주거급여 제도를 통해 월세의 일부를 지원하며, 2025년 기준으로 기준 임대료도 지역별로 상향 조정되었다. 하지만 공공임대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래된 임대단지의 환경 문제, 그리고 청년·고령층 등 다양한 세대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일본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영주택(公営住宅) 제도와 함께 민간 임대주택을 활용한 주거지원 모델을 병행한다. 특히 최근에는 NPO, 민간 부동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고립된 고령자, 한부모 가정 등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주거보장 모델’이 활성화되고 있다. 공영주택의 경우 지역별 입주 조건이 상이하며, 일본은 신청 조건이 비교적 엄격하고, 신청자 간 경쟁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대신 일본은 지역 사회 내에서의 연계 모델을 강조하며, 주거지 인근에서 복지상담, 식료품 지원, 건강관리 등이 함께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주거지원이 물리적 공간 제공에 치중된 반면, 일본은 주거를 매개로 복지를 통합하려는 방향성이 뚜렷하다. 이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더욱 주목받는 복지 전략이다.
비슷한 제도, 다른 운영 철학
한국과 일본은 표면적으로 유사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행 방식과 정책 철학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은 중앙정부 주도의 선별적 지원을 통해 생계와 주거를 실질적으로 보전하려는 구조이며, 접근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일본은 분권형 복지 모델을 통해 지역 기반의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신청주의와 사회적 낙인 등의 장벽이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의료복지에서는 일본이 예방 중심과 통합 돌봄 시스템으로 앞서가고 있으며, 주거복지 또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두 나라는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그 방법과 속도는 서로 다르다. 이 비교는 한국이 복지정책을 설계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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