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복지

2025년 기준 북유럽 국가와 한국의 저소득층의 기초소득 개념 비교

ideasnew1 2025. 7. 6. 12:00

2025년 현재, 자동화·AI 확산과 플랫폼 경제의 급속한 확대는 전통적인 노동 개념을 흔들고 있다. 동시에, 일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초소득(Basic Income)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실험적 혹은 제도적 형태로 기초소득 도입을 시도하며 복지국가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초소득을 둘러싸고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저소득층 복지 기초소득

기초소득은 단순한 복지 제도가 아니다. 그 나라가 ‘국민의 기본 생존권’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재분배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담긴 제도다. 북유럽은 전통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며, 사회 전체의 평등과 안정성을 국가가 적극 보장하는 모델이다. 한국은 선별복지 중심 구조 속에서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북유럽 주요 국가(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와 한국의 기초소득 개념을 비교하면서 철학, 제도, 실험 사례,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차이를 살펴본다.

기초소득에 대한 철학적 접근 – 보편성 vs 효율성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에 있어 ‘보편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즉,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와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철학은 기초소득 논의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핀란드는 2017~2018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기초소득 실험을 실시했으며, 이 실험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기초소득의 원형적 모델에 가까웠다. 이 실험은 복귀 노동 유도보다는 심리적 안정감, 자율성 회복, 행정 간소화 측면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여주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은 아직 본격적인 기초소득 도입을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예: 실업급여, 아동수당, 주거보조 등)을 보편적이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부분적 기초소득’에 가까운 구조를 갖고 있다. 이들은 기초소득을 복지의 다음 진화 단계로 보고 있으며,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효율성과 타당성’을 기준으로 기초소득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제한된 재정에서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문제에 더 초점을 둔다. 정치권에서는 경기부양 수단이나 선거공약 차원에서 기초소득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제도적 추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은 기초소득을 ‘복지’가 아닌 ‘재정 부담’ 또는 ‘정치적 실험’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유럽 국가들과 철학적 차이가 크다.

제도 설계와 실험 사례 – 실증 중심의 북유럽, 논쟁 중심의 한국

북유럽 국가들은 기초소득과 유사한 제도들을 실증 연구와 사회적 실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무작위로 선발한 2,000명의 실업자에게 매달 560유로를 지급하면서, 이들이 다시 취업을 시도하는지, 심리적 상태는 어떤지를 분석했다. 결과는 고용률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었지만, 삶의 만족도, 정신건강, 미래에 대한 낙관성이 확연히 개선되었다. 이 실험은 북유럽이 복지를 단지 실용적 제도가 아닌, 국민의 심리적 안정과 자율성 회복 도구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북유럽은 다양한 부분 기초소득적 제도도 시행 중이다. 예컨대 덴마크는 일정 소득 이하 국민에게 자동으로 지급되는 주거보조, 아동수당, 교육 보조금 등을 통해 사실상 ‘조건 없는 소득 보장’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러한 제도는 행정 비용을 줄이고, 복지 수급에 따른 낙인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기초소득의 본질과 매우 유사하다.

한국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이 기초소득 논의의 촉발제가 되었다. 이후 몇몇 지방자치단체(경기도 등)에서 청년기본소득 또는 지역화폐 기반 소득지급 실험을 했지만, 이는 중앙정부 차원의 기초소득 정책이라기보다는 한정된 타겟형 실험에 그쳤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기초소득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나”, “중복 수급과 부정수급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즉, 기초소득에 대한 제도 실험보다는 이념적 논쟁이 더 앞서 있는 구조다.

정책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 – 제도의 정착 가능성

북유럽은 기초소득이 단순히 단기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복지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일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위해 복지 지출의 조세 기반을 확대하고,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정당화하며,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제도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이미 높은 세율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형성되어 있어, 기초소득이 제도적으로 뿌리내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아직도 기초소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약하다. 고소득자에게도 똑같이 지급되는 ‘보편성’ 개념에 대한 거부감, 복지 예산의 효율적 배분을 둘러싼 논란, 정치적 색깔이 개입된 정책이라는 불신이 여전하다. 또한 한국은 아직 기본적인 복지 제도(기초생활보장, 주거급여 등)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 기초소득 도입보다는 기존 제도의 내실화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더불어 한국은 조세 기반이 취약하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과세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에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기초소득을 지급할 만큼의 안정적 세수가 확보되지 않는다. 반면 북유럽은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모두 높은 수준이며, 복지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완비되어 있다. 이러한 재정적 기반의 차이가 결국 기초소득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갈라놓는다.

기초소득은 제도 이전에 ‘국가 철학’이다

2025년 기준, 한국과 북유럽 국가의 기초소득 접근은 단순한 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철학의 차이를 반영한다. 북유럽은 복지를 사회적 연대의 핵심으로 여기며, 기초소득을 인간의 권리로 인정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초소득을 ‘정치적 도구’ 또는 ‘재정적 위험’으로 인식하며, 실험보다는 논쟁에 머물러 있다. 양국의 차이는 결국 제도적 실행력, 사회적 신뢰, 그리고 조세 기반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기초소득은 미래형 복지의 상징이다. 일자리 중심의 복지에서 벗어나, 사람 자체에 대한 보장을 제도화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필수적인 도전이다. 한국이 북유럽의 사례를 참고해 기초소득을 단지 지급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존엄을 인정하는 ‘국가의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