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아동복지는 단순히 아이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신뢰의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저출산 문제와 가정 해체, 아동빈곤의 확대는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직면한 공통 과제다. 이에 따라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복지체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뉴질랜드와 한국은 모두 OECD 회원국으로서 아동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제도 설계는 상당히 다르다. 뉴질랜드는 ‘아동의 권리’를 헌법적 수준에서 다루며, 복지를 아동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동복지를 여러 복지정책 중 하나로 다루고 있으며, 여전히 부모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글에서는 아동복지 정책의 핵심 영역인 현금지원(소득보장), 보육정책, 교육복지를 중심으로 뉴질랜드와 한국의 정책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아동수당과 소득보장 – ‘아이 중심’과 ‘가구 중심’의 차이
한국의 대표적인 아동 소득보장 정책은 아동수당이다. 2025년 기준, 만 0세부터 8세까지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되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제공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추가로 지역아동수당이나 출산축하금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전국적 제도는 중앙정부 주도 하에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다만 아동수당은 실질적인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저소득 가구에 대한 별도 현금지원도 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 아동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고, 일반 저소득 가정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반면 뉴질랜드는 Working for Families라는 정책 하에 다양한 아동 대상 소득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핵심은 Family Tax Credit(가족세금환급)과 Best Start Payment(생애초기지원금)이다. Family Tax Credit은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아동 1인당 최대 주당 약 100달러(NZD)를 지급하며, 자녀 수에 따라 누진적으로 늘어난다. Best Start Payment는 출생 직후부터 만 3세까지의 아동에게 정액으로 주당 약 65달러를 지급하며, 소득과 무관하게 보편 적용된다.
뉴질랜드는 ‘아동이 있는 가구’가 아니라, ‘아동 그 자체’를 중심으로 한 복지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금지원의 규모나 범위 면에서 출산부터 성장까지의 소득보장 체계가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이며, 부모의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하려는 방향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아동복지를 부모의 경제 상태와 연계해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육 서비스 – 공공성과 접근성에서의 차이
한국은 맞벌이 가구 증가와 저출산 대응을 위해 보육 서비스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며, 누리과정 지원(3~5세 무상교육·보육), 보육료 지원, 시간제 보육 등을 통해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보육의 품질은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고, 사립 어린이집 의존도가 매우 높아 공공성 확보가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야간·긴급 보육, 장애아 보육 등 다양한 수요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
뉴질랜드는 ECE(Early Childhood Education) 제도를 통해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의 아동에게 주당 최대 20시간의 무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어린이에게 적용된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추가 보육료 보조금도 지급되며, 보육기관에 대한 품질 기준과 정부 인증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공공기관 중심의 보육시설 운영과, 마오리·파시피카 등 소수 민족 문화를 반영한 다문화 보육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 있다.
또한 뉴질랜드는 단순한 ‘아이 맡기기’ 차원을 넘어, 보육을 아동의 권리로 규정하며,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보육을 여전히 ‘부모를 위한 지원’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며, 공보육 확대와 질적 수준 향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복지와 아동 보호 시스템 – 통합성과 예방의 구조 차이
한국은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교육복지 정책으로 교육급여(학용품비, 입학금 등), 방과후학교 바우처, 드림스타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밖 아동이나 비정규 가족 형태 아동에 대한 포괄적 지원은 미비하며, 정책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행정의 통합성과 연속성이 부족하다. 또한 아동 학대 대응은 경찰, 복지, 교육기관 간의 연계 부족으로 인해 사후 대응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뉴질랜드는 Oranga Tamariki(아동청소년복지부)라는 단일 조직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 보호, 교육, 가족지원 등 아동 관련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학대가 의심될 경우 모든 공공기관이 반드시 신고해야 하며, 위기 가정 아동은 즉각적인 보호조치가 이뤄진다. 또한 아동의 복지를 ‘권리’로 간주하고, 모든 행정절차에 아동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이 존재한다.
교육복지 측면에서도 뉴질랜드는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무료 급식, 무상 교복, 교통비 보조 등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 성취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역기반 지원 프로그램도 활성화돼 있다. 반면 한국은 정규 학교 제도 내에서만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취약 아동일수록 오히려 제도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역설적 구조가 존재한다.
‘아동 중심’과 ‘가구 중심’, 복지 철학의 출발점이 다르다
2025년 기준으로 볼 때, 뉴질랜드와 한국의 아동복지 정책은 제도의 유무보다는 접근 방식과 정책 철학의 차이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뉴질랜드는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이자 권리 주체로 바라보며, 소득보장부터 보육, 교육, 보호까지 통합적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아동복지를 부모의 경제력, 고용상태, 가족구조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하며, 사각지대 해소보다는 제도 운용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뉴질랜드의 사례는 아동복지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고, 출생부터 학령기까지 끊김 없이 지원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한국이 앞으로 저출산 해소와 아동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아동을 복지 제도의 중심에 놓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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