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저출산과 고령화의 이중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노인은 빠르게 늘어나며,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복지 지출은 증가하는 구조 속에서 각국 정부는 복지 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무엇을 먼저 지켜야 하는가’, ‘어떤 계층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가’는 국가의 복지철학과 재정 여력을 모두 시험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복지국가는 더 이상 “많이 주는 나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잘 나누는 나라”여야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 스웨덴, 일본, 프랑스의 복지 정책 우선순위를 비교해보고,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공통 위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그 결과는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본다.
한국 – 고령복지 확대 속 저출산 대응의 한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합계출산율은 0.7명 이하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초연금 확대, 장기요양보험 보장성 강화,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등 고령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전체 복지 예산 중 약 50% 이상이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쓰이고 있다.
반면 저출산 대응 정책의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 정부는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유치원 무상교육, 다자녀 가구 주거지원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출산율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는 제한적인 효과만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보다 주거, 일자리, 육아 부담, 경력 단절 문제 등 복합적 요인에 대한 구조적 해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고령화 대응에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있지만, 저출산 해결을 위한 미래 세대 투자와 생애주기별 통합 복지 설계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정책의 균형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인다.
스웨덴 – 가족친화적 정책을 통해 출산율과 고령복지 모두 대응
스웨덴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완화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그 핵심은 가족 친화적인 보편복지 시스템에 있다. 스웨덴은 전 국민에게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 소득 수준에 연동된 아동수당, 국공립 어린이집 전면 무상화, 유연근무제 보장 등을 통해 출산과 육아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와 동시에 스웨덴은 고령층에게도 소외되지 않는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장기요양은 공공서비스로 운영되며, 의료와 돌봄이 통합된 ‘에이지 프렌들리 정책(Age-Friendly Policy)’을 통해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즉, 스웨덴은 복지 우선순위를 특정 계층에 집중하기보다는, 생애주기별로 균형 있게 분배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러한 정책 설계 덕분에 스웨덴의 출산율은 1.6명 안팎으로 OECD 평균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령층의 빈곤율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의 사례는 복지의 우선순위가 ‘선택’이 아니라 ‘통합’이 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모델이다.
일본과 프랑스 – 고령사회 관리 vs 미래세대 중심 투자
일본은 고령사회 진입 속도가 빠르면서도 한국과 유사하게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장기요양보험과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면서 노인 복지를 점진적으로 확장해왔지만, 동시에 출산·보육 정책은 후발적으로 설계되었다. 최근에는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 확대, 여성 경력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로문화와 가족 중심 가치관이 여전히 출산율 회복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저출산 문제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왔다. 아동수당, 출산 장려세제, 주거 보조, 무료 보육 시스템, 가족 단위 세금 감면 등으로 대표되는 ‘가족 중심 복지’는 프랑스가 오랜 기간 유지해온 정책 방향이다. 이 덕분에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도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2025년 기준 약 1.8명)로 평가된다.
프랑스는 고령복지도 탄탄한 편이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차별화된다. 즉, ‘지금 필요한 복지’와 ‘앞으로 필요한 복지’를 균형 있게 운영하면서도 정책의 중심축은 미래로 향해 있다.
복지의 우선순위는 지금보다 내일을 위한 균형에 달려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모두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지만, 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고령복지에 자원을 집중하며 현재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스웨덴과 프랑스는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와 생애주기별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스웨덴은 복지철학과 실행력이 조화를 이루며 출산율 유지와 고령복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고, 프랑스는 ‘가족 정책’에 대한 일관된 국가 전략을 통해 미래세대를 준비해왔다. 한국은 이제 복지의 양적 확대를 넘어, 자원 배분의 전략적 설계와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는 단기 정치의 수단이 아니라, 세대 간 공존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여야 한다. 지금 어디에 더 많이 쓰느냐보다, 누구를 위해 어떻게 설계했느냐가 복지정책의 진짜 방향을 말해준다.
'저소득층 복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소득층 소득보장 수준 비교: G7 국가 중심 구조와 실효성 분석 (1) | 2025.07.16 |
---|---|
저소득층을 위한 민간 복지단체와 정부 협력 사례: 공공-민간 연계 복지의 실현 (0) | 2025.07.15 |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저소득층 특별지원정책 비교: 위기 속 복지의 실험 (0) | 2025.07.14 |
긴축재정 시대 복지축소가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 생존에서 존엄까지의 위기 (0) | 2025.07.14 |
사회적 기업을 통한 저소득층 일자리 지원 정책: 지속 가능한 고용의 대안 (0) | 2025.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