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사회복지는 단순한 혜택 제공을 넘어 국민 개개인의 존엄성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최소 책임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용 불안, 고령화, 소득 양극화, 사회적 고립 같은 구조적 문제들이 심화되면서, 사회복지 안전망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안전망은 ‘낙오자 없는 사회’를 위한 기반이자,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최후의 장치다.
영국과 한국은 모두 복지국가 모델을 지향하며 사회복지 제도를 발전시켜왔지만, 접근 철학과 제도 운영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영국은 오래된 복지국가 전통을 가진 나라로서, 국가가 생활 전반에 관여하여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한국은 산업화 이후 빠르게 복지제도를 확장했지만, 여전히 선별적 복지 모델에 기반한 제도 설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양국의 사회복지 안전망 차이를 소득보장, 의료보장, 주거복지, 고용복지의 네 가지 축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비교해본다.
소득보장 시스템 – 보편성과 대상 기준의 차이
한국의 대표적인 소득보장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생계급여·주거급여·교육급여·의료급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급자는 중위소득 30% 이하 가구 중 소득과 재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과거에 존재했던 부양의무자 기준은 대부분 폐지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이 복잡하고, 복지 수급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실질적 접근성은 제한적이다. 수급 탈락 사례도 많아, ‘존재는 하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안전망’이라는 비판이 있다.
반면 영국은 보편적 복지 모델에 가까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득보장 정책은 유니버설 크레딧(Universal Credit)으로, 실업자·저소득층·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에게 단일화된 수당을 지급한다. 신청자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간편하게 지원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일정 소득 이하의 취업자에게도 지원이 이어진다. 즉, ‘일을 해도 가난한’ 워킹 푸어 계층도 안전망 안에 포함된다. 영국은 복지를 통해 근로빈곤층까지 포괄하는 점에서 한국보다 안전망의 범위가 넓다.
또한 영국은 수당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복지 수급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여전하며, 이로 인해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신청조차 하지 않는 비수급 빈곤층이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양국의 복지문화와 제도철학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의료와 주거 – 국가 책임의 범위가 다르다
의료보장 체계는 사회복지 안전망의 핵심이다. 한국은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저소득층은 별도로 의료급여제도를 통해 본인부담금을 낮추거나 면제받는다. 그러나 민간 실손보험에 대한 의존, 비급여 항목 확대, 의료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로 인해 실제 의료접근성은 소득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의료서비스의 질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며, 농어촌과 도시 간의 의료 인프라 격차도 여전히 존재한다.
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료비, 입원비, 수술비 대부분이 무료이며, 의료 이용에 따른 소득차별이 거의 없다. NHS는 세금 기반으로 운영되며, 개인의 건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아래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의사 부족, 대기 시간 증가 등의 문제가 있지만, 저소득층 입장에서 보면 ‘의료비 부담’ 자체가 없는 구조는 분명한 장점이다.
주거복지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 공급은 수요에 비해 부족하고, 입주 조건이 까다롭거나 지역 편차가 크다. 또 임대주택 거주에 따른 낙인도 여전히 문제다. 반면 영국은 소셜 하우징(Social Housing)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수당(Housing Benefit)도 함께 제공하여, 주거 안정성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복지 주도권이 강해, 지역 특성에 맞는 주거복지가 가능하다.
고용복지와 실업 안전망 – 재취업 지원의 밀도에서 갈린다
고용복지 분야에서도 양국은 제도 설계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고용보험제도를 통해 실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며,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중위소득 60% 이하 구직자에게 월 50~60만 원 수준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등은 고용보험 적용에서 배제되거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 단기계약직의 고용불안은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실직자에 대한 지원이 단순히 수당 지급에 그치지 않는다. 유니버설 크레딧 외에도 ‘워크 프로그램’이나 취업 코치를 통한 맞춤형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청년, 장년, 장애인 등 계층별로 특화된 직업 훈련 프로그램과 일자리 연계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복지에서 고용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무엇보다 영국은 저소득 노동자를 복지의 사각지대에 두지 않기 위해, 재직 중인 저소득자에게도 일정한 보조금이나 세금 환급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실직자 중심’으로 정책이 설계되어 있어, 취업 중이지만 소득이 낮은 워킹 푸어는 지원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고용복지 측면에서도 한국은 단편적 지원, 영국은 지속가능한 재취업 중심 구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사회복지 안전망은 ‘구조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2025년 현재 한국과 영국의 사회복지 안전망은 표면적으로는 비슷한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구조적 설계 철학과 실행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여전히 선별적 복지와 신청주의 기반의 시스템이며, 복지 수급을 위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반면 영국은 보편적 접근과 자동 연계, 복지와 고용의 통합 시스템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도 개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다.
영국은 복지를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하고,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제도를 설계해왔다. 반면 한국은 ‘필요한 사람에게만’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했고, 이로 인해 실제로 필요한 사람이 복지망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한국이 보다 강력한 사회복지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복지에 대한 인식 전환, 보편적 접근성 확대, 지속 가능한 고용 연계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복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위기를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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